농사이야기

부여 프리지아 농장 견학 / 5박 6일 노예

양양청년농부 2021. 10. 4. 23:43

고구마 농사 수확도 끝나고

당분간 할 일이 없어서

부여에서 프리지아 농사하고 있는

농장에 다녀왔다

주문진에서 서울남부 갔다가 남부에서 부여까지

총 6시간 정도 걸려서 다신 안 갈 거 같다 ㅎ

 

 

저녁으로 가볍게 술 한 잔하고

다음날부터 쇠 파이프 16,000 개 박는 거라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길어봤자 3일이라고 해서

그냥 조그마한 파이프 박는 건 줄 알았다......


첫날

 

아침 짬뽕 해장하고 농장으로 가는데

비가 많이 와서 선선하니 좋았다

양양 농장에는 하우스가 하나도 없고

거의 논뿐인데

여기는 논이 거의 없고 하우스들뿐

다양한 종류의 하우스가 있어서 신기했다

 

하우스 총 6동 구경하면서 너무 두려웠다

한 동당 200평 정도 우리 고구마 밭도 200평인데

하우스가 짧고 길어서 그런지 엄청 길어 보였다

한 동당 대충 2시간 이면 충분하다고 해서

하루에 2동 정도 해서 4동 이틀 안에 끝내기로 했다

 

프리지아

볼 빨간 사춘기 프리지아 노래만 들었지 처음 봤다

처음에 무슨 마늘인 줄 알았다 ㅋㅋ

 

조그마한 철인 줄 알았는데

그냥 커다란 그냥 고춧대 파이프다 ㅋㅋㅋㅋ

고춧대처럼 그냥 줄치는 게 아니고

네모 네모난 칸 두 겹을 파이프로 댕기고 쌔게 박아야 해서

너무너무 힘들었다

한 동당 2시간 걸린다고 해서 쭉 했는데

한 줄에 거의 2시간 걸렸다

어제 숙취랑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6시간 만에 5줄 한동 끝냈다!

한 줄 더 하자는 거 중간에 코풀다가 코피 나서 끝 ^^

 

 

밥 먹으면서 슬슬 도저히 2일 안에 못 끝낼 거 같아서

금요일에 갈걸 일요일에 가는 걸로 했다


2일차

양양 노지에서 일할 때는

그래도 뻥 뚫려있어서 선선하니 좋았는데

하우스 안은 적응 안 되게 더웠다

오늘 계획은 한동에 4줄이라

오전부터 해서 2동 하려고 했는데

늦잠 자버려서 한 동반으로 줄였다 ㅎ

프리지어는 춥고 어두워야 잘 자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햇빛 드는 곳은 토마 토마 엄청 자라는 중이다

토마토를 몇 년간 재배한 하우스라 토마토가 엄청 자란다고 한다

청국장

가는 길에 엄청 큰 시설 짓고 있었는데

수백억 짜리 토마토 스마트 팜이라고 한다.....

유튭으로만 보던 걸 실제로 보니까 규모가 어마어마하니 신기했다

친구 하우스 옆에

스마트 팜도 구경했는데 신기했지만

죄다 억 단위라 잘 보고 나왔다ㅎ

첫날은 아무것도 모르고 해서 그런지 많이 했는데

두 번째 날은 질리고 힘들어서 4줄 겨우 했다 ㅎ

퇴근길

 

시카고 피자라고 먹었는데

너무 맛없다


3일차

드디어 늦잠 안 자고 일찍 일어나서 바먹었다

오늘 목표도 역시 2동이었다 ㅋㅋ

사장이 점점 일을 추가한다

지금까지 그냥 파이프만 박았는데

많이 자란 프리지아들이 구멍 속으로 잘 안 들어가서

구멍에 맞춰주는 일까지 추가되었다

총 3줄

하루에 한 줄씩 줄어들었다

고구마 2400주 심을때도 좀 질렸었는데

몇천개 파이프만 계속 박으려니까 몸도 힘든데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서진도가 잘안나갔다

 


4일차

 

오늘 할 건 총 4줄이지만

한 줄 빼고는 구멍도 크고 네모칸도 한 겹뿐이라 쉬운 거라 금방 끝날 줄 알았다

한우 집에서 갈비탕이 없고

처음 듣는 고기국이었는데 매우 맛없다

파이프 박는 건 금방 끝났지만

프리지어들이 많이 자라

구멍에 맞춰줘야 하는데 이게 한 줄에 거의 40분 걸렸다....

조명도 없어서

깜깜한 곳에서 핸드폰 플래시 키고 하는데

사장 너무 나쁘다

너무 때리고 싶었다

밤 8시에 드디어 4동 다 끝냈다

끝나고 다 정리하는데 하우스 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통화로 2일이면 된다는 걸 사기당하고 4일 동안 하고

맨날 맨날 도망가고 싶었지만

참고 겨우겨우 끝내고 나니 친구가 좋아해서

그나마 견딜만했다

맨날 맨날 소고기로 버텼는데

드디어 끝내고 고기에 복분자주로 끝내고 나니 너무 좋다

코로나 때문에 10시에 닫아서 여유롭게 못 먹어서 아쉬웠다


마지막 날 오전에 일어나서 관광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쉬다 가려 했는데

또 늦잠~~~

 

야경 보면서 다시 양양으로 돌아갔다

제일 반겨주는 짱구~

이번에 하우스에서 일해보고 느낀 점은

하우스는 내 채질이 아니었다 ㅎㅎ

그냥 밭에서 고구마 열심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겨울에 할 일 없으면 도와달라는데

안 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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